전세 월세 퇴거 시 원상복구 기준: 못자국, 벽지 변색 안 물어주는 법 (판례 포함)

이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설렘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이 현실입니다. 바로 ‘보증금 반환’ 때문입니다. 짐을 다 뺀 텅 빈 집을 집주인과 함께 점검할 때, 벽에 난 작은 못 자국 하나, 빛바랜 벽지를 보며 “이거 도배 비용 빼고 돌려주겠다”라는 말을 들을까 봐 가슴 졸인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실제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분쟁 중 상당수가 퇴거 시 ‘원상회복 의무’의 범위에 관한 것입니다. 과연 세입자는 들어올 때와 100% 똑같은 상태로 집을 돌려줘야 할까요? 생활하면서 생긴 작은 흠집도 모두 배상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법적 판례와 실무 기준을 바탕으로, 억울하게 보증금을 떼이지 않는 전월세 원상복구의 확실한 기준과 대처법을 정리해 드립니다.

💡 이 글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 정보

  • ‘통상 마모’와 ‘임차인 과실’의 명확한 법적 구분
  • 못 자국, 벽지 변색, 장판 찍힘 등 상황별 배상 기준
  • 퇴거 시 분쟁을 막는 증거 확보 및 대처 요령
  • 부당한 수리비 청구 시 대응할 수 있는 내용증명 팁

집주인과 세입자의 입장은 늘 평행선을 달립니다. 집주인은 “내 집이 망가졌으니 고쳐내라”고 하고, 세입자는 “살다 보면 이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항변합니다. 민법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요?

민법 제615조 vs 통상 손모(Normal Wear and Tear)

민법 제615조는 “차주(빌린 사람)는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 이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만 보면 무조건 새것처럼 돌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다릅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례 (2007가합82000)
“임차인이 통상적인 사용을 하다가 생기는 임차목적물의 상태 악화나 가치 감소는… 임대료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자연스러운 낡음(통상 손모)’은 세입자의 책임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햇빛에 벽지가 누렇게 변하거나, 가구를 놓았던 자리가 눌리는 것은 임차인이 수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법의 대원칙입니다.


2. 상황별 상세 가이드: 이건 물어줘야 하나요?

법적인 원칙은 알았지만, 현실은 디테일 싸움입니다. 가장 많이 다투는 3가지 케이스(못 자국, 벽지, 바닥)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① 못 자국: 생활형 vs 파괴형

못 자국은 가장 뜨거운 감자입니다. 핵심은 ‘구멍의 크기와 개수’입니다.

  • ⭕ 배상 책임 없음 (통상적 사용): 시계, 달력, 액자 등을 걸기 위한 소수의 작은 못 자국, 핀 자국. 이는 주거 생활에 필수적인 행위로 간주합니다.
  • ❌ 배상 책임 있음 (비통상적 사용): 벽걸이 TV 설치를 위한 대형 타공, 에어컨 배관 구멍, 한 벽면에 과도하게 많은 못질, 아트월(대리석/타일) 타공.

💡 팁: 최근에는 ‘꼭꼬핀’이나 ‘실리콘 접착형 후크’를 사용하여 벽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매너이자 분쟁 예방의 지름길입니다.

② 벽지(도배) 변색: 태양 vs 관리 소홀

  • ⭕ 배상 책임 없음: 햇빛(자외선)에 의한 변색, 가구 뒤편의 자연스러운 색 바램, 10년 이상 된 낡은 벽지.
  • ❌ 배상 책임 있음: 흡연으로 인한 누런 니코틴 착색, 아이들의 낙서, 임차인의 부주의(환기 부족)로 발생한 결로 및 곰팡이, 음식물 튄 자국.

③ 바닥재(장판/마루): 생활 기스 vs 파손

  • ⭕ 배상 책임 없음: 가구 배치에 의한 자연스러운 눌림 자국, 미세한 생활 스크래치.
  • ❌ 배상 책임 있음: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려 마루가 찍히거나 깨진 경우, 애완동물의 소변으로 인한 마루 썩음, 바퀴 달린 의자로 인해 심하게 벗겨진 바닥.

[표] 한눈에 보는 원상복구 책임 구분표

구분 집주인 부담 (통상 손모) 세입자 부담 (관리 부주의)
달력용 못 자국, 자연 변색 벽걸이 TV 구멍, 낙서, 흡연 얼룩
바닥 가구 눌림, 미세 스크래치 애완동물 오물 오염, 찍힘 파손
기타 보일러 노후 고장, 수도관 동파(불가항력) 동파(보온 조치 미흡), 옵션 분실


3. 보증금을 지키는 3단계 방어 전략

법을 알아도 증거가 없으면 집주인의 주장에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입주부터 퇴거까지, 내 돈을 지키는 실전 로드맵입니다.

STEP 1. 입주 전 ‘매의 눈’으로 기록하기

가장 완벽한 방패는 ‘입주 당시의 사진’입니다. 짐을 넣기 전, 빈 집 상태에서 구석구석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세요.

  • 촬영 포인트: 이미 있는 못 자국, 찢어진 도배지, 화장실 타일 깨짐, 바닥 찍힘 등.
  • 전송하기: 찍은 사진은 바로 집주인이나 중개인에게 문자/카톡으로 전송해 두세요. “입주 전 이런 하자가 있어 사진 보냅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날짜를 박제해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STEP 2. 퇴거 전 ‘셀프 보수’ 활용하기

약간의 흠집이 있다면 다이소나 철물점을 이용해 저렴하게 복구해 놓는 것이 수십만 원을 아끼는 길입니다.

  • 작은 못 자국: ‘메꾸미(퍼티)’나 치약을 살짝 발라 평평하게 만든 뒤, 비슷한 색상의 수성 사인펜으로 톡톡 찍어주면 감쪽같습니다.
  • 스티커 자국: 드라이기로 열을 가하거나 살충제(에프킬라 등)를 뿌려 불린 뒤 제거하면 깨끗해집니다.

STEP 3. 과도한 청구 시 ‘내용증명’ 활용

만약 집주인이 자연스러운 노후화를 핑계로 보증금에서 과도한 금액(예: 전체 도배 비용)을 공제하겠다고 한다면?

먼저 앞서 설명한 ‘통상 손모’ 판례를 언급하며 조정을 시도하세요. 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거나 [내용증명]을 보내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은 없지만, 심리적 압박을 주어 합의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특약 사항에 ‘퇴거 시 모든 것은 원상복구한다’고 썼다면요?

이 특약이 있어도 ‘통상적인 마모’까지 세입자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복구한다’는 명시가 없는 포괄적인 원상복구 특약은 세입자에게 불리한 조항으로 보아 효력을 제한적으로 해석합니다.

Q2. 제가 입주할 때 이미 도배가 더러웠는데, 나갈 때 해줘야 하나요?

아닙니다. 원상복구의 기준 시점은 ‘입주 당시’입니다. 입주할 때 이미 낡아 있었다면, 그 상태 그대로 반환하면 됩니다. 단, 이를 증명하기 위해 입주 당시 사진이 꼭 필요합니다.

Q3. 애완동물을 몰래 키우다 벽지를 훼손했습니다. 부분 도배만 해도 될까요?

임차인의 과실이 명백한 경우 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훼손된 면만 복구하면 되지만, 벽지는 부분 시공 시 색상 차이(이색)가 심해 한 면 전체 시공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관례이며, 이는 법원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되는 부분입니다.

📝 에디터의 한마디

집은 소모품입니다. 사람이 살면 흔적이 남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너무 겁먹지 마세요.

하지만 ‘내 집처럼 아껴 쓴다’는 마음가짐과 ‘입주 시 증거 남기기’라는 작은 습관이 여러분의 소중한 보증금을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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